증권가, 이번엔 ‘해외 부동산’ 리스크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2023-07-19 dawon 22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직면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번엔 떨어지고 있는 ‘해외 부동산’과 마주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퍼진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앞서 투자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형국이다. 국내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중·소형 증권사들에 더 위협으로 다가왔다면, 해외 부동산 리스크는 대형 증권사들로 향한다. 세계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다루었다. 이차전지기업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의 주가가 이날 나란히 장중 신고가를 경신하고 에코프로가 코스닥 시장에서 16년만에 1주당 100만원 이상인 ‘황제주’에 등극한 사건도 다루었다.

◆증권가로 향하는 ‘해외 부동산’ 부실 영향은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산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이 펀드를 판매한 시몬느자산운용이 상각한 것으로 결정한 수준(90%)과 일치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펀드를 조성해 중순위(메자닌)로 해당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및 홍콩 시위 등으로 빌딩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 등이 빌딩을 매각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국면을 맞이했다. 펀드에는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최소 가입 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들이 대거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투자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세부내용이 구체화되는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17일 자사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의 한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건물의 주요 임차인이었던 ‘데카방크’가 더는 임대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대규모 공실 문제가 불거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고유자금 투입 관련 검토 및 국내 기관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자본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시장 상황으로 자금의 원활한 모집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빌딩을 임의 매각할 경우 1350억원을 조달한 하나증권과 380억원을 출자한 키움그룹 등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부동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대형 개발업체 다롄완다그룹이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업들로선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한 해외 부동산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수 증권사가 해외 투자에서 중순위나 후순위로 참여했던 것은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유럽의 오피스 공실률은 미국 공실률을 밑돌긴 하지만, 거래액은 1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스웨덴과 독일을 중심으로 전체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전기 대비 62%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진행한 웹캐스트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비중이 대형 증권사의 경우 24%로 중·소형 증권사의 11%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우발부채와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위험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부동산 PF 위기국면도 아직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세계일보가 연합인포맥스에 등록된 국내 26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신용공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4일 기준 20조9305억원으로, 올해 1월1일 기준 21조4851억원 대비 5546억원(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확약 감소분이 크지 않은 탓이 크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