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발 신용위기에… 채권회전율 9.8% ‘역대최저’

2023-03-22 dawon 23


거래량 257조·잔액 2605조
‘레고랜드 사태’보다 더 부진

SVB파산·CS 인수 등 영향
제2금융위기 등 불안 여전



3월 들어 국내 채권 회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을 오간 은행발 신용위기 여파에 채권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량 자체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등 전체 채권 회전율은 9.87%로 2006년 1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회전율은 채권 유통이 얼마나 원활하게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발행 잔액 대비 거래량으로 계산한다. 3월 장외 채권 거래량은 257조1185억 원, 발행 잔액은 2605조8225억 원이다.

채권 회전율이 10%를 밑돈 것도 처음이다. 이달 채권 거래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본시장 전반에 신용 경색이 초래된 지난해 10월보다 부진했다. 당시 채권 회전율은 12.06%였다. 채권 회전율은 지난해 3월 16.91%를 기록한 후 지난달까지 1년 동안 월간 12∼16%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이달 국채 회전율은 12.12%로 최근 1년간(13∼21%대)보다 낮았다. 은행채와 회사채 회전율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 금리의 변동성은 이달 들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8일 의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한 이후 전 거래일 대비 0.129%포인트 상승했으나, 11일과 13일에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으로 각각 0.155%포인트, 0.268%포인트 떨어졌다. SVB 사태가 다소 진정되고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게 발표된 15일에는 긴축 우려가 다시 부각돼 0.092%포인트 올랐지만,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이 불거진 20일 다시 0.151%포인트 내렸다. 21~22일(현지시간) 진행 중인 Fed의 기준금리 결정 건도 채권 금리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어느 때보다 큰 가운데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제2의 SVB’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은행 주식 25만2427주(약 420억 원)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KIC는 13만7853주(약 220억 원)를 신고했다. JP모건 등 대형 은행들이 자금 수혈을 하고 있지만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주일 사이 3단계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