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를 둘러싼 은행들의 ‘오락가락’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에 맞춰 대폭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한 달도 안 돼 인하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리는 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리 인하 경쟁’과 ‘가계대출 관리’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요구한 데 따른 혼란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의 성과로 내세웠던 금리 하락 효과도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19일부터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로써 주담대 6개월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연 4.21∼5.82%, 전세대출 변동금리 상품 금리는 3.96∼5.46%로 올라섰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지난 7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달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대상에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포함시키며 ‘경쟁 활성화’를 주문하자 은행들은 잇따라 금리를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9일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되자마자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갈아타기 상품에 한해 0.6%포인트 우대금리를 신설하는 등 금리 경쟁에 나섰다. 비교적 저렴한 금리를 제공해온 인터넷은행들도 금리를 더욱 낮췄다.
은행들의 금리가 이처럼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있다. 앞서 금융당국과 5대 은행은 올해 각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문제는 일부 은행의 증가율이 올해 들어 한 달 만에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5대 은행 중 한 곳은 지난달 한 달간 가계대출 잔액이 0.81%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석달 만에 연간 증가율 목표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다른 은행도 1월 증가율이 0.78%에 이르렀다. 그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이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이 내세웠던 대환대출 인프라의 성과도 일부 빛이 바래게 됐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에서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로 금리를 내린 은행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금융권의 금리 경쟁이 촉진되면서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바 있다. 최근 이들 은행 중 일부는 당시 인하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린 상황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 간 경쟁 촉진’과 ‘가계대출 관리’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다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활성화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은 가계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부터 대환대출 인프라를 출시·확대하며 이로써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뚜렷해졌음에도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가지 목표를 좀더 조화롭게 가져가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