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해 주택을 대거 처분했던 2030세대는 올 들어선 다시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등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영끌'과 '손절'을 반복하는 2030의 대출 연체율 급등을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은 14일 연령별 주택 처분 수치 등을 담은 2022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유주택자는 29만1천명에서 27만4천명으로 1만7천명(5.84%) 감소했다. 2019년 25만명에서 2년 연속 증가한 20대 주택 소유자는 2021년 29만1천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30대의 감소폭은 더욱 가팔랐다. 전년도에 164만7천명이었던 30대 주택 소유자는 지난해 154만1천명으로 10만6천명(6.43%) 줄었다. 한 해 만에 10만 명 넘게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20~30대의 주택 구입은 마치 주식 투자처럼 가격이 내리면 팔고 오르면 사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은 3억1천500만원으로 전년 3억7천600만원 대비 16.2% 떨어졌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탓에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눈물의 손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 금리를 일곱 번 연속 올린 바 있다. 2021년 1.0%였던 기준금리는 2022년 말 3.35%까지 치솟았다.
최근 주택 시장에선 30대가 큰손으로 떠오르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31만6천603건이다. 이 가운데 매입자가 30대인 경우가 27.1%(8만5천701건)를 차지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30대 매입 비중이 40대(25.9%)를 추월한 것은 정부가 연령대별 거래 현황을 공개한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30대 매입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혜택이 늘어난 점이 있다.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다는 매매를 선호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20~30대 청년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는 19개 국내 은행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자료를 보면 20대의 연체율이 6월 말 기준 0.41%로 전년 동기(0.19%)보다 2배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대의 연체율도 0.17%로 2019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30대의 부실대출을 우려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차주 비중은 2013년~2019년 29.6%였지만 2020~2021년에는 38.3%까지 높아졌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정성훈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해지면서 추격 매수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대구는 인구 유출이 계속되는 와중에 집값은 오르고 가처분 소득은 줄고 있다. 고가에 집을 살 경우 자본이득 손실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